2019.05.16 (목)

  • 맑음울릉도 21.2℃
  • 맑음울진 18.4℃
  • 맑음안동 29.6℃
  • 맑음상주 29.3℃
  • 구름조금포항 27.9℃
  • 구름조금대구 29.0℃
  • 맑음봉화 28.4℃
  • 맑음영주 29.0℃
  • 구름많음문경 29.4℃
  • 맑음청송군 29.0℃
  • 맑음영덕 26.6℃
  • 맑음의성 30.6℃
  • 맑음구미 29.4℃
  • 구름많음영천 30.5℃
  • 구름조금경주시 28.9℃
기상청 제공

김민정 포항시의원, 흑구문학관 재평가하여 지역 문화자산으로 활용하자고 제안

흑구문학관은 접근성이 좋은 도심으로 이전
보경사 경내에 있는 흑구문학비를 흑구문학관으로 이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관리자를 채용

(모던뉴스 = 오영운 기자)  제261회 포항시의회(임시회) (2019. 5. 16)

 

  존경하는 52만 포항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김민정 의원입니다.

 

  먼저 본 의원에게 5분 자유발언의 기회를 주신 존경하는 서재원 의장님과 한진욱 부의장님, 선배·동료 의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지속발전 가능한 환동해 중심도시 포항’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하고 있는 이강덕 시장님과 공직자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본 의원은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에 있는 흑구문학관의 도심 이전 대책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다음은 한국 수필문학의 고전 「보리」의 한 대목입니다.

 

  “너, 보리는 그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자라나고, 또한 농부들은 너를 심고, 너를 키우고, 너를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보리, 너는 항상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은 한국문학의 숨은 거목이자 포항 문화예술의 선구자인 흑구 한세광의 대표작임을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평양에서 태어난 한흑구는 1929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노스파크대학에서 영문학을, 템플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했고, 1939년 흥사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습니다.

 

  친일문학 연구자인 임종국은 한흑구를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은 영광된 작가”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문학의 초기 번역, 한국 수필문학의 정립도 한흑구 없이 논할 수 없습니다.

 

  미군정 통역관으로 있던 한흑구는 1971년에 간행된 첫 수필집 《동해산문》서문에 밝힌 것처럼 “항상 푸르고 맑고, 볼륨이 넓고, 거센 바닷가에서 한가히 살고자” 포항에 정착했습니다.

 

  한흑구가 제2의 고향 포항에 정착한 것은 포항으로서는 큰 축복이었습니다.

  포항의 문화예술이 한흑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흑구문학관은 한흑구의 문학과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 2012년 5월 17일 개관했습니다.

  수필 「보리」의 무대이자 한흑구가 즐겨 거닐었던 호미곶 구만리 보리밭, 옛 구만리 마을회관에 조성되었습니다.

 

  문화예술 업무를 관장하는 자치행정위원회 위원으로서 근래 흑구문학관을 방문한 본 의원은 큰 실망을 했습니다.

 

  낡은 시설, 좁은 공간, 빈약한 전시물을 보고 과연 이곳을 ‘문학관’이라고 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2019년 흑구문학관의 문학 프로그램 운영 예산은 단 돈 십 원도 없습니다.

  홈페이지·페이스북 같은, 기본적인 홍보 시스템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문학관은 단순히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전시와 함께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어울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문화예술에 생기를 불어넣는 곳이 문학관입니다.

  지금 흑구문학관은 어떠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이 불가능한, 문자 그대로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전주에는 대하장편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기리는 〈최명희 문학관〉이, 충남 부여에는 민족시인 신동엽의 발자취를 담은 〈신동엽문학관〉이 있습니다.

 

  이들 문학관은 규모는 작아도 내실 있게 운영되면서 지역 문화예술의 산실이자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흑구문학관은 이들 문학관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단언컨대, 흑구문학관을 이렇게 방치해두고 포항이 문화도시를 표방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에 본 의원은 흑구문학관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문학관으로서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네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흑구문학관은 접근성이 좋은 도심으로 조속히 이전해야 합니다.

 

  현 위치인 구만리 보리밭 인근은, 수필 「보리」의 무대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아 한흑구 문학의 가치를 시민들이 공감하고, 확장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접근성이 좋은 도심으로 이전해야 하며, 그 대안으로 한흑구가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던 포항수산대학 부지인 송도를 접근성, 상징성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둘째, 내연산 보경사 경내에 있는 흑구문학비를 흑구문학관 이전에 맞춰 함께 이전해야 합니다.

 

  흑구문학비는 1983년 5월 20일 제막되었습니다. 하지만 현 위치가 한흑구의 문학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흑구문학관 이전 계획을 수립할 때, 흑구문학비를 한흑구의 문학과 깊은 연관이 있는 곳으로 함께 이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셋째, 흑구문학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관리자를 채용해야 합니다.

 

  최근 문학관,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은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 시민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시민들의 문화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인력이 흑구문학관의 관리와 운영을 맡아야 할 것입니다.

 

  넷째, 한흑구를 포항의 문화예술과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재평가를 해야 합니다.

 

  한흑구는 일제 강점기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렀고, 단 한 편의 친일 문장을 쓰지 않았습니다.

  미군정 통역관으로 있으면서 어떠한 치부도 하지 않았고, 제2의 고향 포항에 정착해서 ‘은둔의 사색가’로 「보리」와 같은 명작을 남겼습니다.

  한국 현대사에 이처럼 고결한 발자취를 남긴 예술가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포항시 승격 70주년을 맞아, 한흑구를 포항의 문화예술을 일으킨 인물,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큰 인물로 재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이강덕 시장님, 서재원 의장님, 선배·동료 의원님.

 

  수준 높은 문화예술 없이 지속가능한 도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척박한 지역 문화예술계에 씨를 뿌리고 가꿔온 분에게 합당한 예우를 하고 존경을 표하는 것이 수준 높은 문화예술 도시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겠습니까.

 

  “보리, 너는 항상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흑구는 구만리 청보리밭을 산책하며 한국인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감동적인 문장을 남겼습니다.

  구만리에 끝없이 물결치는 푸른 청보리와 한흑구의 문학정신은 위기에 처한 포항이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포항의 정신, 포항의 가치’임을 강조하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